임대시장은 혼란상태
전세보증금의 지속적인 상승은 집주인의 월세전환 수익률기대에 대한 상실감을 만회하기 위한 자기방어적인 심리의 발현이다. 또한, 부동산시장에서 전월세 상한제가 정책적으로 논의되면서 집주인은 일단 올려놓고 보자는 심리가 표출되고 있다. 임차인은 전․월세가 제한되면 집세부담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겠지만, 2년마다 이사하거나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금 시장이 혼란스러운 것은 시장참여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시장참여자들의 안정, 즉 임차인은 물리적ㆍ경제적으로 거주환경이 안정되어야 하며, 임대인에게는 임대 수익률 안정이 동시에 추구되어야 한다. 임대인의 입장에서 주택은 수익획득의 도구에 불과하다. 임대인은 투자한 자본의 수익률을 유지하려고 하고, 시장은 그 적정한 수익률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안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은 혼돈스럽게 된다.
임대시장이 혼란한 이유는 공공임대주택이 턱없이 부족해서 저소득 ․ 무주택 서민이 살만한 임대주택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2014년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이 공급자 주도에서 수혜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중심으로 국민임대․영구임대 등 건설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과 저리주택구입․전세자금지원을 위한 15조7000억원(2013년에는 무려 17조 1000억원 지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다가구 매입․전세임대 주택의 입주민 거주기간이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나는 등 저소득 주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공적임대시장은 나름대로 확충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임대주택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의 시혜계층인 저소득․무주택자의 문제라기보다는, 다주택보유자에 의한 사적임대시장의 불안문제다.
시장참여자의 불안감(특히 임대인)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최근 전세문제의 핵심이라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 중 2채 이상 주택보유자의 비중이 전체 가구수의 7.1%에 이르고 있다. 이중에 2채 이상 보유자는 이중 85.9%, 3채 보유 11.6%, 4채 보유 1.5%, 5채 이상 보유자는 1%에 이르고 있다. 이들 보유목적은 주로 임대사업과 자녀상속 및 증여이나, 5채 이상 보유자는 90.9%가 임대사업 등의 투자목적이다.1) 따라서 사적임대시장의 혼란을 막는 길은 임차인의 보호규정을 강화하는 일보다는 임대인들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신뢰감과 안정적인 수익률을 획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길이며, 개인사업자에 의한 사적임대시장의 방임보다는 기업화된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이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유동화를 통한 임대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유동화의 필요성
원활한 전세주택공급과 전세보증금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임대인들이 전세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전세를 유지할 유인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즉, 전세보증금을 통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여 임대인의 불안감을 해소 시켜주는 일이다. 이를 해소시켜 주지 않으면 전세가격의 상승은 지속될 것이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비율이 높고 낮음을 중시하기보다는 임대인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대책마련이 중요한 정책 과제다. 또한,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임차권등기명령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스럽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전세제도 하에서 임대인은 채무자적 입장에 있다. 즉, 언젠가는 임대보증금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부담이다.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수입을 얻고 있다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되돌려주는 형태로 전세보증금을 운용하는 임대인들은 거의 없다. 따라서 임대인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수익률을 월세전환에 따라 발생가능한 임차인의 월세체납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정한 보증금운용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고, 안정된 전세제도의 유지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거주가구의 대부분이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유동화 조건
채권을 유동화하려면 ⅰ)자산보유자의 선별된 자산집합을 대상으로, ⅱ)정기적으로 원리금 상환에 충분한 현금흐름(cash flow)을 확보한 다음, ⅲ)원리금의 상환과 적시 배당을 보장하는 증권을 발행하되, ⅳ)가능하면 일정기준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고, ⅴ)자산보유자가 파산하더라도 원리금 지급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자산 유동화를 위한 요건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할 사항은 자산과 증권 사이의 관계를 분리시키지 않으면 그 증권의 유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자산보유자의 신용도 또는 재무상태 등은 유동화증권 자체의 신용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으므로 그 증권에 대한 시장에서의 투자는 유동화대상자산의 내용, 미래 현금흐름의 안정성 또는 신용보완의 내용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자산유동화를 위해서는 대출채권, 리스채권 등 동질성을 가진 일정한 자산을 집합하고, 이를 증권형태로 변형하여 자본시장에서 처분함으로써 법적으로 자산보유자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의 집합을 자산보유자로부터 법적으로 구분하는 주된 이유는 자산보유자로부터 양도받은 자산 내지 미래현금흐름에 대한 권리가 자산보유자의 파산 또는 지급불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한 것, 즉 파산으로부터의 격리(bankruptcy remoteness) 때문이다.2)
전세시장안정을 위한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유동화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유동화는 기본적으로 임대인의 안정적인 임대보증금운용수익을 유지하고, 전세계약 만료 시 임차인 법적지위의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관점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기존의 임대인들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하여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거나 금융기관에 예치하여 일정한 이자수익을 얻어 왔다. 부동산시장 환경의 변화는 임대인의 사회적 지위를 변화시켰으며, 주택은 자본에 충실한 기능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즉, 집주인이 선호하는 임대방식이 바뀌었고, 이는 주택가격 하락과 전세보증금 운용에 따른 자본가치의 하락에 대한 집주인들의 불안감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 생각된다.3) 따라서, 집주인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고, 동시에 임차인의 임차보증금반환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새로운 전세대출재원의 확충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 전세채권의 발행과 이 채권의 유동화를 도모하는 일이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반환을 요구하게 되면 임대인은 반환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임대인의 사정으로 인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운 경우, 임차인은 인정에 호소하거나 임대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임차인은 안정적인 전세보증금의 반환을 보장받고, 임대인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 임대인과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임차인은 권원조사기관의 보증서를 첨부하여 주택자금취급기관으로부터 무이자전세채권을 구입하고, 구입한 무이자전세채권을 임대인에게 양도한다.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현금을 수수하지 않고, 무이자전세채권을 받아 보관하고, 주택자금취급기관은 임대인에게 채권발행액의 이자를 매월 지급한다. 주택자금취급기관은 임차인들로부터 모아진 전세보증금을 새로운 전세자금수요자에게 대출해 주고, 이자 및 원금상환을 받는다.
이렇게 받은 이자수입은 임대인의 채권이자지급에 사용하고, 원금상환반환과 일정 이자수입은 새로운 대출재원으로 활용하여 전세자금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구조다. 계약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그 기간만큼의 자금사용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임차인은 거주기간의 안정과 보증금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고, 임대인은 장기간 임대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률의 보장과 기간의 장기에 따른 인센티브형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코디네이터로서 만 끝나야
최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매매가 실종되면서 빚을 내 주택에 투자한 집주인들이 대출 이자부담을 전세값에 전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세자금대출이 1년 새 160% 넘게 폭증하는 등 세입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아래로 갈수록 빚 부담이 커지는 이른바 ‘가계 빚의 낙수효과’ 때문이다.4)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판단되며,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또한 급격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임대사업자의 형태도 개인사업자중심에서 대형임대법인의 형태로 재편될 움직임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유동화는 시기적으로 보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유동화를 통해서 임대인은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고, 임차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할 걱정을 덜 수 있다. 또한 보증금인상액 등은 금융취급기관을 통해서 공정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금융취급기관의 경우,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채권형태로 지급하고, 집적된 보증금을 전세자금수요자에게 새로운 재원으로 대출하여 수익을 올림으로써 안정적인 자금조달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임대시장의 안정은 시장참여자에 의해 조정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정부는 공적임대시장의 충실과 주거복지에 몰두할 필요가 있고, 사적임대시장에서 단지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주거문제는 거주자 스스로의 책임성이 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