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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월세화시대, 무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상생을 위한 전제

글쓴이 : OBS 날짜 : 2014-01-02 (목) 10:42 조회 : 837
2013년을 보내는 송년 선물처럼, 12월 30일 여야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에 대한 합의 소식을 전해왔다. 주택경기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폐지 결정 자체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사실상 중과되지 않고 계속해서 과세 집행이 유예되어 온 상황에서, 내년 시장 전망이 밝지도 않은데 50% 이상의 양도세를 갑자기 부과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 타협을 통해 유예의 연장 또는 폐지가 이루어지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이번 양도세 중과 폐지안에 대한 ‘빅딜’의 대상이 기존에 논의되고 있었던 전월세상한제나 임대주택 등록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정치적 합의가 주택시장에 의미하는 바를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세난 및 월세화로 대표되는 현 주택시장의 변화 속에서 이번 결정은 경색된 주택시장에 약이 될 것인가, 혹은 고질병을 악화시키는 독이 될 것인가.
대세는 월세

임차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월세화’는 최근 주택시장 내 가장 뚜렷한 변화이다. <그림1>에서처럼, 지난 10년간 월세는 꾸준히 늘어 2000년 전체 주거점유형태의 10.5%를 차지했던 것이 2010년에는 18.6%까지 그 비중이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전세는 28.7%에서 22.4%로 줄어들었다. 통계 숫자를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거나 아예 월세로 계약형태를 바꾸는 일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비일비재한 변화이다. 재계약이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임차인이든 임대인이든 바뀐 시장 분위기에 따라 임대료가 얼마나 오를지 혹은 올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림1> 주거점유형태의 변화
가격상승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므로 임차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는 수익률이 양호한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향후 상당기간 현재의 시장 환경이 개선될 계기가 딱히 없으므로 속도와 정도의 문제일 뿐 월세화는 이미 정책적 수단으로는 뒤집기 힘든 대세가 되었다. 월세화의 진전은 반대방향으로의 변화가 일어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비가역적인 변화이며, 지속되는 큰 흐름이라는 측면에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주택시장 트렌드의 변화이다.
월세화에 대한 동상이몽

월세화가 ‘돌이키기 힘든 트렌드’라는 사실은 정부 당국 및 정치권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제안되는 주택 정책들에서 월세화는 그 배경으로 빠짐없이 지목되고 있다. 사실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월세 중심 임차구조에서 주거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 대안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의 비중(5%, OECD 평균 12.5%)을 늘려 임차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버퍼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단을 확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공기업들이 더 이상 부채를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단기간에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정책대안은 당장 시행이 가능하고 효과도 즉각적인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개입(정책) 수준과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들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실질적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월세화라는 시장변화는 각기 다른 입장의 공통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동일한 진단에 다른 처방이 내려지고 있는 셈이다. 서로의 처방이 맞다며 부딪히고 있는 두 입장을 임차시장에 대한 입장 중심으로 간략히 요약하면, 한쪽은 임대인을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임차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입장은 임대인, 즉 다주택자에 대해 아직 남아있는 ‘징벌적 과세’를 폐지하여 민간임대주택 공급자로서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본다. 민간임대시장의 공급을 원활히 해서 임차수급불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논리이다. 정책적으로는 양도세 중과 폐지를 주장해왔다. 두 번째 입장은 임차인, 즉 무주택자가 월세화로 인해 겪는 주거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덜어내는 것을 우선시한다. 대표적 정책으로는 전월세상한제의 부분도입을 주장한다.
정치적으로 이 두 입장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립으로 드러난다. 실제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은 양당이 대립각을 세우는 주요 이슈였다. 두 정책을 맞교환 하는 ‘빅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온 결과 12월 30일 극적으로 관련 합의가 성사된 것이다.
대립 구도의 전환
빅딜 성사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빅딜이라는 정책 교환의 구도는 이미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두 정책이 서로 ‘교환’이 성립되는 상반되는 정책인가? 정확한 처방을 위해서는 먼저 이에 대해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치적으로 두 입장의 대립은 성립 가능하다. 각 정책의 수혜대상이 상반되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같은 다주택자에게만 가중되는 세제를 폐지할 경우에는 물론 다주택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며, 반대로 전월세상한제로 대표되는 임대료 통제제도가 실시될 경우 원칙적으로 무주택자에게 유리하다. 수혜층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조금씩 자신의 지분을 양보하듯 정책 ‘거래’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주택정책의 최종 목표 아래에서는 이 두 입장은 맞교환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보완의 대상이다. 주택 정책의 최종 목표란 결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여 주거안정성을 보장하되, 최대한 시장과 조세의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 정책으로 시장의 건전한 작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대전제로, 근본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을 꾸준히 늘려가고 단기적 처방으로는 민간임대시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움직임이다. 앞서 대립되는 두 정치적 입장이란, 민간임대시장을 활용하는 것을 임대시장 ‘활성화’로 볼 것인가 임대시장 ‘정상화’로 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차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활성화와 정상화는 제로썸 관계가 아닌 서로를 위한 전제라고 보아야 한다.
상호 보완관계가 되어야
먼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현재와 같은 침체기에는 거래를 둔화시켜 시장경색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구매수요 저하, 임차수요 폭증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자로서 다주택자의 의의가 커진 것도 맞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의 주된 목적이 주택자산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아닌 임대운용을 통한 수익 때문이라면, 투기방지를 위해 시작되었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폐지하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으로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임대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것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임대주택시장은 80% 이상이 지하경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임대주택 820만호 중 671만호가 미등록된 일반적인 전월세주택으로, 민간임대주택시장 대부분이 수익은 발생하지만 과세대상은 없는 탈법적 면세지대나 다름없다. 이는 조세정의 및 세수입 확보의 문제뿐만 아니라 임대주택정책에 대한 제도적 통제의 기반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과세에서 자유로운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을 경우 조세 인센티브를 통한 정책적 유도가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 도입 시 정책적 비용과 부작용도 함께 커진다.

따라서 ‘민간임대시장 활성화(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한 임차시장 안정화)’라는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먼저 임대주택시장을 제도권 내로 양성화, 즉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정책의 효율적 시행을 위한 기본 바탕일 뿐만 아니라, 공평한 시행을 위해서도 갖추어져야 하는 틀이다. 정당한 과세를 위한 제도 정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및 지원만을 부여하는 것은 직관적으로도 형평에 어긋난다. 나아가 시장의 원칙을 바로잡기 위한 기회를 미봉해버릴 위험도 있다.
다만 전면적으로 임대주택 의무등록제를 시행하거나,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조세저항 문제, 세입자 전가 문제, 행정력 부족 및 혼란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초기 제도 정착 시기에는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고, 추가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 및 임대료 상승 제한 등 임차권에 대해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안정적 임대주택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주택자, 즉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들을 유연하게 끌어들이지 못하면 시장 정상화도 성공적이기 힘들다. 민간임대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도 시장 활성화 유인책이 함께 가야 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민간임대주택 시장의 활성화와 정상화, 그리고 이에 연계되어 있는 임대인과 임차인,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는 서로 대립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임대주택시장을 위해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번 ‘빅딜’이 놓친 것

12월 30일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여야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그 교환의 대상은 ‘전월세상한제’도 ‘임대주택등록제’도 아닌 소득세 과표구간의 조정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주택시장에 대한 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조세정책을 택한 셈이며,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으로 인한 부자증세의 정치적 의미를 고려하면 가능할 법한 정책 거래이기는 하다. 그러나 주택정책 측면에서 이번 합의는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상호보완적 입장 중 하나의 입장을 완전히 포기하는 선택이었다. 전월세상한제는 차치하고 임대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등록제도의 기반 조차 시도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함께 가야 할 한 축이 빠진 이 불균형은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상황 개선을 오히려 더디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당장 시작될2014년의 주택경기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은 2014년 이후에도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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