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이야기를 좀 하자. 참여 정부(2003. 2. 25 ~ 2008. 2. 24)는 집권기간 내내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참여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2008. 2. 25 ~ 2013. 2. 24)는 집권기간 내내 부동산 가격을 부양하려고 하였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은 바닥을 치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2007년을 기점으로 6년째 하락하고 있다. 이념적으로 서로 대립하는 두 정부가,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서도 모두 참담한 실패였다.
이제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서는 실패한 두 정권의 후계자들이 다시 대선에서 맞붙고 있다. 결국, 이들 두 주요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공약이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두 대선후보들이 부동산 관련 공약을 살펴보자.
첫째, 박 후보와 문 후보는 부동산 시장을 단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만을 다른 정책과 따로 떼어놓고 논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정책은 다른 정책들과 연결되어 있고, 특히 경제정책, 고용정책과는 깊게 연결되어 있다.
참여 정부 초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004년에 『국가균형발전의 비전과 전략』이란 책에서, “한국이 1995년 최초로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을 넘어선 이후 IMF 위기를 겪고, 10년째 마(魔)의 1만 불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도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데 있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고 하면서, 혁신을 강조하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7% 경제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세계 7대 경제 대국을 내세운 이른바 ‘7‧4‧7’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대로 추락하였고, 앞으로도 이러한 저성장의 추세가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른바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여기서 벗어나서 경제가 살아나고, 고용이 이루어져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부동산 시장만 살린다는 말인가?
최근 통계를 보면 자영업자의 80% 이상이 폐업을 한다. 이러한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직장퇴직자이고, 이러한 직장퇴직자들이 자영업에서도 실패할 경우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그런데 두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내수 활성화’, ‘복지와 경제성장의 병행’, ‘일자리 창출’, ‘경제 민주화’ 등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할 때부터 사용되었을 법한, 원론적인 수사학만 나열하고 있지 실제로 이를 어떻게 이루겠다는 구체적 정책은 없다. 또 각각의 공약들이 하나의 궁극적인 목표를 지향하기보다는, 임기응변식으로 내어놓는 듯한 느낌이다.
일부 정책은 본질을 왜곡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보육 서비스는 출산장려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제활동을 장려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보육 서비스에 대해서는 모든 여성이 똑같은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근로 여성에게 우선권이 주어져야 한다. 197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하이예크(Hayek, F. A)는 1944년 그의 저서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에서, “정부의 개입은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무상 급식과 보육이 자동적으로 여성들이 취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심정적으로야 모든 여성에게 충분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재원도 한정적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근로 여성이 내는 노동의 대가인 세금을, 근로 여성들이 보다 경제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육 서비스 형태로 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 근로 여성들이 낸 세금의 일부를 근로 여성을 위하여 돌려주는 것이므로, 무상 급식과 무상 보육이라는 용어도 적절한 것이 아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세금을 내는 사람과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에게 동일할 수는 없다. 이를 통하여 전업주부들에게도 취업 후에는 보육을 국가에서 도와줄 테니, 원하면 취업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근로 여성보다는 전업주부가 많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전업주부들이 근로 여성을 우대하는 보육 서비스에 반발하자 정치권이 원칙을 버렸다. 무상 급식과 보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시적이지만 이로 인한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는 그렇지 못하다. 잘못하다가는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 서비스가 오히려 여성의 취업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어떤 정책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할 경우, 그 정책이 효과를 가져오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세금이 투입된 자금(세금)보다 커야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전업주부들이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국가가 대신 양육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가? 이것도 원칙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출산을 미루는 경제적 여건이 더 어려운 여성들도 많다. 정부의 지원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상박하후(上薄下厚)’이어야 한다.
<표 1> 주요 대선후보의 부동산 관련 공약과 발언
둘째, 두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은 수사학적 표현이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상대 후보와 차별화하여야 하고, 그러면서도 지지층을 의식하다 보니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반면 공통점이 있다. 두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추상적이다. 대동소이한 정책에 대하여,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즉, 표현은 다르지만 두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력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형국책사업이 사라졌다. 참여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추구하면서 토지보상비용만으로 약 100조 원을 사용하고,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면서 약 22조 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대형국책사업이 사라졌다. 타당성 없는 대형국책사업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다행이다. 동시에, 이제는 이런 대형국책사업으로도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증이다.
넷째, 그러면서도 지역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은 여전하다. 이미 후보경선 때부터 각 후보별로 동남권신공항, 동서고속화철도, 새만금 등 해묵은 공약이 나왔었고, 최근에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지원,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신공항 등 다수다. 두 후보의 네 번째 특징은 앞에서 언급한 세 번째 특징과는 분명히 모순되는 것이다.
두 후보 모두에게 해당되는 새만금 하나만 다루어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에 새만금에 부정적이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태도를 바꾸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도 새만금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두 정권의 계승자인 현재의 두 후보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이번 18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제시만 하고, 19대 대통령선거를 위한 공약(公約) 감으로 남겨둘 것인가?
다섯째, 두 후보는 모두 주거복지를 강조한다. 박 후보는 철도용지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최대 주변시세의 절반값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였다. 또 2013년 하반기에 착공해 임기 안에 수도권 50곳에 대학생용 저가 기숙사 2만 4000채를 포함해 총 20만 채를 짓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우선 철도 용지는 소음과 진동을 막기 위하여 공사비가 많이 들어갈 것이다. 또 소음과 진동을 막더라도 정주환경(settlement environment)이 좋지 않은 곳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주할지도 의문이다. 또 주택은 house이면서 home이다. 임대주택이라고 하여 주변 정주환경을 무시하여도 되는 것은 아니다. 강북에서도 교육환경 등 더 좋은 정주환경을 찾아 강남으로 이동하고, 세종시로 이전하는 중앙부처에 대한 선호도도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임대주택이 정주환경이 열악한 경우 슬럼(slum)화될 위험이 커진다. 임대주택은 동일한 정주환경을 가진 주택을 경제적 약자에게 싸게 빌려주고, 이 기간 동안 입주자들이 경제적 여력을 축적하여 임대주택을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 후보는 공공임대주택을 연간 12만 채씩 공급해 임대주택 거주 가구 비율을 2018년까지 현재의 5%에서 10%까지 높일 계획이다. 또 열악한 고시원이나 임차료가 비싼 원룸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대학생 공공원룸텔 5만 채도 공급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임대주택 거주 가구 비율을 2배로 높일만한 재원은 없어 보인다. 또 공공임대주택의 수요는 천차만별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수요자를 모두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피상적인 인식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열악하지만 값싼 고시원을 이용하는 대학생들과 반대로 비싸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원룸을 이용하는 대학생들은 동일한 집단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진학을 못한 사람도 있고, 열악한 고시원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대학생들도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상박하후(上薄下厚)’이어야 한다. 이처럼 서민을 위한 공약이 세분화되지 못하는 것은, 평소에는 서민을 생각하지도 않고 서민을 위한 고민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섯째, 두 후보 모두 재원조달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조금 부동산을 벗어나 보자. 이번 대선에서 최대 이슈 중의 하나는 ‘복지’이다.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하면 표를 얻고, ‘세금을 올리겠다’고 하면 표를 잃는다. 그런데 둘은 같은 말이다. 세금을 더 걷어야,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할 것 아닌가? 시장에서 더 좋은 재화(goods)는 더 비싸지 않은가? 복지확대라는 더 좋은 서비스(service)도 마찬가지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 약 88조 원이었던 국가부채가 약 900조 원에 다다른 것이 오늘의 한국의 현실이다.
국민들은 세금을 더 걷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경제를 살려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들의 소득을 늘려주고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 지금 직장을 구하지 못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세금을 걷겠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문제는 선행조건인 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두 후보가 못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달콤한 이야기는 크게 목소리를 높이고, ‘세금을 올리겠다’는 목소리는 내지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확보를 담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복지의 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경제성장동력과 서민층에게 돌아갈 정말 필요한 재원까지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달콤한 거짓말이 결국은 경제도 죽이고 서민도 죽이고 부동산 시장도 죽이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일곱째,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모처럼 두 후보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이 뛸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며 “민간이 더 활발하게 투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박 후보는 민간주택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문 후보는 현재도 집값이 높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집값이 완만하게 하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을 통한 서민 주거안정에 부동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 후보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정치인은 그럴듯한 수사학으로 국민들의 표를 얻지만, 결국 그 책임을 지는 것은 국민들이다. 이익은 정치인의 소유가 되고 책임은 국민의 소유가 된다.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현명해져야 한다. 정치인이 수사학이 아닌 실제 정책을 내놓도록, 그리고 국민들 앞에서 태연히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국민들이 현명해져야 한다. 당(唐)나라 고사(故事)에 ‘백성은 바다요. 권세는 그 위에 뜬 일엽편주이다.’라고 했다. 현명한 국민들이 후보에게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후보들을 이끌어야 한다.
[출처 네이버 부동산 전문가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