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입
어제(8.28) 정부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 발표 자료에서 뜻밖에도 전세입자들의 주택 구입을 촉진하기 위한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손익공유형 모기지라는 새로운 제도를 선보였다.
이 제도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주택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으나, 주택 시장에서 전세 수요를 감소시켜 전세 가격 급등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는 전·월세 대책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발표된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도”와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란 영국의 공공임대주택 지분공유제(Social Home Buy) 제도와 유사한 제도이다. 영국의 지분공유제는 공공임대주택(social housing)에 거주하는 임차인 중 공공임대주택을 할인해서 구입하기도 어려운 저소득 임차인에게 임차주택의 일부 소유지분을 구입하게 하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만 임대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주택 지분을 구입한 임차인은 사실상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것과 유사하므로, 임대료나 임대 관리에 소요되는 각종 비용(수리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도”와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는 정부가 운용하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주택 구입자금을 저리(1%부터 2%까지)로 융자해주고, 주택을 매각할 경우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이용한 사람은 융자 원금과 판매 이익 중 융자를 받은 비율만큼을 정부에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대출제도이다. 물론 손해를 본 경우에는 정부에 융자 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반면에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이용한 사람은 주택을 매각할 때, 이익이 발생했다면 원금과 융자 비율만큼의 수익액을 정부에 납부해야 하나,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융자 원금에서 융자 비율만큼의 손해액을 공제한 금액만 정부에 반환하면 된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1억 원(20%)을 융자받은 경우, 아파트 가격이 5천만 원이 하락(10% 하락)하면 정부에 반납할 금액은 1억 원에서 1천만 원(5천만 원의 20%)을 공제한 9천만 원이 된다.
한편, 이들 제도는 종래의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것과는 대출 자격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2. 문제점 검토
이와 같은 제도는 영국과는 달리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제도이다. 더구나 시중 금리보다 매우 낮은 1% 혹은 2% 금리이므로, 보다 많은 전세입자들이 이번 기회에 내 집 마련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도”와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는 제도의 실효성, 주택 관리, 도덕적 해이의 3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제도의 실효성 측면에 대하여 살펴본다.
전세입자들이 주택을 구입하지 않고 주택 가격의 70%에 달하는 전세를 사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주택 보유에 따른 비용도 문제이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함으로 인하여 발생할 손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만약 현재와 같이 주택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전세입자라면 주택 가격이 내려가도 융자 원금을 모두 반환해야 하는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보다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가격 하락분 중 융자 비율만큼을 공제한 융자 원금만 반환하는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이용할 경우 주택 가격의 최대 40%까지만 융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주택 가격 중 60%는 자기 돈으로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혼자 주택을 구입할 경우보다 손해액이 적어질 뿐이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모두 회피하지는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주택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전세입자라면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마저도 활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주택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전세입자라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안하여 제도를 선택할 것이다. 상환 부담을 보면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는 집값 중 최대 70%까지 융자를 해주지만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이어서 매월 이자와 원금 분할상환액을 한꺼번에 납부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20년 만기 일시상환 방식인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검토에 따를 경우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도”와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는 결국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생각하는 전세입자만 제한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들 계층의 경우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이 없더라도 주택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층인 셈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장기 저리의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은 “전·월세 대책”으로서의 효과 보다는 “주택 가격 하락 방지 대책”으로서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더 나아가 보면 이들 제도의 시행은 “전·월세 대책”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서민 주택자금인 국민주택기금을 사실상 “주택 가격 하락 방지 대책”에 사용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둘째로 주택의 관리 측면에서 살펴본다.
주택시장에는 항상 유사한 주택들이 매물로 출하되므로, 주택 구입자들은 동일한 가격이라면 관리 상태가 양호한 주택을 구입하려고 할 것이며, 조금 더 비싸더라도 관리 상태가 양호한 주택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결국, 주택의 관리 상태는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따라서 현명한 주택 소유자라면 주택을 보다 양호하게 관리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다하게 된다.
그러나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 소유자의 경우에는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도 상승 이익 중 자신에게 귀속되는 이익은 일부에 불과하므로 다른 주택 소유자에 비해 주택을 관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주택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일반적인 주택 소유자라면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기 위해 주택을 열심히 관리할 것이나,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 경우 자신에게 발생하는 손해액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므로 주택 관리를 게을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영국의 공공임대주택 지분공유제(Social Home Buy) 제도는 정부(또는 사회단체)가 주택 소유 지분을 매각하기는 하나, 근본적으로 임대주택제도 중 하나이므로 소유지분을 모두 임차인에게 매각하기 전까지는 정부가 다른 임대주택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 주택을 관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도입하려는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의 경우에는 주택자금 융자제도에 불과하므로 주택 소유자의 관리 노력을 강제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이용해 구입한 주택의 경우 향후 매각 시 다른 주택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거나 상승을 하더라도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되며, 이와 같은 현상은 국민주택기금의 장기적 손실로 귀착되고, 국민주택기금의 손실은 임대주택 공급이나 저소득 임차인에 대한 주택보조금 지급 등의 제도 운용을 어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도덕적 해이 문제를 점검해 본다.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는 영국의 제도와는 달리 대출제도에 불과하므로 거래 가격이나 거래 상대방의 선택, 거래 방식의 선택 등 제반 행위를 주택 소유자가 결정하게 된다.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이용해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주택을 매각하여 이익이 발생할 경우, 대출받은 비율만큼 정부에 이익금을 지불해야 하나, 막상 몇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큰돈을 정부에 납부하려면 상당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이는 매수자와 담합하여 간단하게 다운계약서 한 장만 정부에 제출하면 상당한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면 매수자가 향후 부담해야 할 양도세가 커지는 문제가 있으나, 거래 당사자가 적정한 보상을 합의하면 이런 문제도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며, 매수자가 1가구 1주택자라면 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주택 가격이 하락한 경우는 더 큰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조금만 신경을 써서 계산하면 주택가격 하락분 전부를 정부에게 전가하도록 다운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와 같은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당사자는 정부에 지급할 수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정부는 모든 국민을 선량하게 보고 이와 같은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하여 간과하는 듯하나, 현재 주택시장에서는 이보다 더한 다양한 불법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 운영과정에서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운계약서를 작성하여 금전적 이익을 보는 것은 형법상 횡령죄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자칫 잘못하면 이 제도로 인해 상당수 국민이 전과자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런 문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이용한 주택을 매각할 경우에는 정부가 직접 관여해야 하나, 정부의 관여 과정에서 인건비 등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고, 정부 측 관리자가 담합을 묵인하고 경제적 이익을 챙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3. 결론
이상과 같은 3가지 측면에서 정부가 발표한 “수익공유형 모기지 제도”와 “손익공유형 모기지 제도”를 검토해본 결과 이들 제도는 사실상 “전·월세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지금까지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하던 국민주택기금을 주택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문제점이 있다.
더구나 관리적 측면에서 보면 이들 제도의 시행으로 장기적으로는 국민주택기금의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나, 자칫 잘못하면 제도 이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여 전과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정부는 이들 제도 시행에 앞서 더욱 신중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