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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전세보증금반환채권 유동화의 제안

글쓴이 : OBS 날짜 : 2013-10-11 (금) 15:03 조회 : 1065
전세난은 전세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전세난이 엄청난 사회문제인 것처럼 떠들어 대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수차례 전세난을 경험한 바 있다. 1975년도에 발생한 전세난은 국민소득의 향상과 핵가족화, 서울로의 전입인구 증가 등이 집 없는 서민들의 셋방 얻기를 어렵게 하였고, 1990년에 재차 발생한 서울지역의 전세난 파동이 인근 경기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서울지역의 높은 전세가격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가는 현상을 ‘전세도미노’라고 까지 표현했다. 1990년대 중반에 발생한 전세난은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주택이 멸실되면서 민간임대주택이 감소함과 동시에 일시적인 이주민의 증가로 인한 전세주택 수요의 증가가 전세난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아도 주택(전세)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이러한 학습효과에 의해 이해관계인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겨루기(전세난의 지속)가 지속되면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보든가, 이해관계인 서로가 득을 보든가, 아니면 어느 한쪽이 지쳐 쓰러지게 하든가 등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을 강요받게 된다. 이러한 강요받은 결과가 대책의 수립으로 이어지고, 그 대책에 따라 다시 시장의 이해관계인이 움직인다.

정부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국민 모두에게 주택을 소유하게 할 수 없다. 주택시장에는 다양한 주거 욕구가 있고, 이 모든 욕구를 정책적으로 또한 해결할 수 없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이해관계인들은 자기들 스스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않고, 자기에게 득이 될 정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과연 정부는 그러한 현상이 반복되기를 바라는가. 주택을 소유하거나 임차하거나, 임대료를 올리거나 내리거나, 전세형태든 월세형태든, 서울·수도권에 살든지 지방에 살든지 모두 개개인의 선택문제다.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문제까지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 단지 정부는 정책을 통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다 하면 된다.

따라서 현재 전세대란이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에 대한 조정자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그 이상의 개입은 시장의 자정(自淨)기능을 방해하고, 이해관계인은 지나친 정책 의존적 성향에 빠져 자기해결능력을 상실케 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내놓는 사후약처방식의 정책보다는 시장정보의 분석과 판단에 입각한 사전예방적 정책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면,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전세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몇 가지 관점에서 기술하면, 우선 전세수요 구조의 변화다. 주택가격의 안정 또는 하락세와 더불어 저소득 고령자층의 증가와 청·장년층의 고용불안으로 인해 신규분양수요보다는 실거주용의 전세주택을 선호하는 전세수요의 양적 증가다. 2011년 이후 부동산시장은 매매거래동향은 한산한 반면, 전세거래동향은 활발함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주택가격이 2010년 이후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주택가격 상승을 통해 시세차익을 노린 주택구입수요들이 전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둘째,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주택의 멸실로 인해 대량의 이주수요가 발생한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재건축·재개발의 재추진으로 인해 2011년 7월 5일 시점으로 서울시의 재개발구역 내에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그리고 이주/철거가 진행 중인 곳은 총 110개 구역에 이르고 있다1). 이 중에서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곳이 66곳, 관리처분계획인가단계에 있는 곳은 14곳, 이주/철거가 진행 중인 곳은 30곳이다. 이렇게 산발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동시에 추진됨에 따라 수많은 멸실주택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일시적 이주수요로 시장에 나타나 대부분 전세수요화 된 것이다.

셋째는 저금리의 지속을 들 수 있다. 2008년 7월 5%를 상회하던 금리수준이 2009년 2월에는 2%대로 급락하였고 2011년 이후 현재 3%대에 머물러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과잉유동성 문제로 인해 임대인들은 전세금을 받아도 이를 마땅히 활용할 방안이 없다. 과거 임대인들이 받은 전세보증금은 주로 신규주택구입 내지 주택신축비용으로 활용하였지만, 신규주택구입을 통한 시세차익마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두던 기존의 전세주택 임대인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전세주택을 유지할 유인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금을 더 올려받거나 아예 월세로 전환하는 형태가 급증한 원인이다.

이는 월세의 운용소득이 전세보증금운용이익보다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고,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의 확산이 임대인들로 하여금 월세를 선택하게 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 주택은 수개월째 공가로 남아도는 상태다. 그래도 임대인들은 공가로 몇 개월 놔둬도 전세보다는 운용이익이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월세수준은 점차 하향세를 나타내겠지만 현재와 같은 전세문제는 전세자금조달이자와 월세지불액이 비슷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주택임대인들의 월세운용이익의 기대심리가 일반부동산투자물건의 자본수익률 수준까지 떨어지는 시점이 될 때 비로소 시장에서 전세로 하든 월세로 하든 임차인이나 임대인이나 보편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임차인들은 그때까지 기다리려고 할 것이고, 경제력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면 현 주거상황을 포기하고 주변지역으로 이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존지역은 멀쩡한 주택이 공가로 상당기간 방치될 우려가 있다. 이 시점에서 임대인들은 월세수준을 내리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보증금부 월세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현재, 임대인들이 지속적으로 전세금을 올리는 행태는 차기 정책의 불안을 사전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자기방어적인 심리의 발현이라 판단된다.

넷째, 소형임대주택의 공급부족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저렴한 소형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소형주택 건설사업의 경우 낮은 수익성과 과거 중대형주택 선호 현상으로 인해 분양아파트 중 소형규모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현재 시장에 재고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재고아파트 중 소형(66㎡)의 비중은 14.4%로 중형(66~99㎡) 36.3%, 대형(99㎡ 이상) 49.2%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한, 도시재정비사업의 진행에 따라 소형주택의 재고량도 지속적으로 멸실되고 있다2). 이로 인한 소형주택 수급불균형으로 2006년 이후 소형주택의 매매 및 전세가격은 이미 대형주택의 가격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소형주택의 전세가격지수는 대형, 중형을 밑돌고 있었으나, 2010년 이후부터 점차 높아져 대형, 중형과 비슷하거나 상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소형주택 재고량의 부족은 1~2인가구의 급격한 증가와 같은 사회적 요인의 변화에 기인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1~2인 중심의 가족구성형태의 변화와 주택의 예비수요인 청년층의 고용불안, 고령세대의 주거지 분리에 대한 불안감, 고령세대비중이 높은 인구구조의 변화 등으로 변화를 강요받고 있으며, 기존 스톡의 관리문제도 큰 과제다. 특히, 차가거주자의 차가방식변화에 따른 월세지불액의 합리적인 부담수준의 조정과 전세보증금운용의 합리화를 통한 임대인의 불안감 해소를 제도적인 틀에서 잡아주어야 한다.

시장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전세보증금의 조달과 운용,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본질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한 바, 이를 위한 대안이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의 유동화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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