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가율 133%, 낙찰률도 전국 평균의 2배로 치솟아 세종시에 이어 땅값 상승률 높아…신공항 주변 투자 눈길
“지인에게서 기다리던 아파트 매물이 나왔단 소식을 들었는데 중개업소에 전화하기엔 너무 이른 새벽 6시였죠.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 못 참고 수화기를 들었는데 6시에 벌써 물건이 나갔다는 거예요. 나도 그냥 그때 전화할 걸.” (서귀포시 주민 A씨)
“집터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지만 집 지어줄 사람 찾는 일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소개받고 찾아간 목수 한 분은 2년 치 작업이 계약돼 있다더군요. 지금 계약해도 내후년 여름이 지나야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얘기예요.” (제주 법환동 주민 B씨)
제주는 전원주택지, 관광 명소, 혁신도시 주변 수요를 비롯해 외국인 투자자까지 가세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개발공사가 한창인 제주 서귀포시 혁신도시 부지.
혹자는 지금이라도 당장 제주 부동산을 사놔야 한다고 말한다. 수년 전 사둔 땅값이 수십 배나 뛰어 재미를 본 사람도 수두룩하다. 반대로 제주 부동산에 거품이 지나치게 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적잖다. 어느 쪽 얘기가 맞든 제주 토박이, 이주민, 외지인 할 것 없이 제주 부동산 투자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만은 분명하다.
일단 경매 시장부터 그렇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제주도에서 44건의 경매가 진행됐는데 이 중 36건이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경매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81.8%. 전국 평균 낙찰률(41.1%)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지난 9월 제주지방법원에선 제주시 조천읍 소재 337㎡ 토지에 들어선 86.5㎡ 규모 주택이 경매로 나왔는데 신건임에도 45명이 몰리며 감정가(8168만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억8110만원에 낙찰됐다. 그야말로 ‘제주 경매 광풍’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땅값 상승 전국 최고 수준
▶아파트 재건축 시장까지 ‘쑥쑥’
이렇게 뜨거운 제주 부동산 시장 열기는 토지를 중심으로 달아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 거래량이 역대 가장 많이 늘었고 땅값도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뛰어올랐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주도 전체 토지 거래량은 3만5968필지, 4790만㎡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693필지, 3902만㎡)과 비교해 25%가량 늘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축구장 크기 37배에 해당하는 26만여㎡ 규모의 땅(198필지)이 사고팔렸단 의미다.
땅값 자체도 많이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제주 지역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평균 12.45%로 지난해 상승률(4.73%)보다 7.72%포인트나 높았다. 전국 평균 상승률(4.63%)의 2.7배, 시·도별로는 세종시(20.8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제주 땅값은 올 상반기 다시 1.69% 뛰었고,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대구(1.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올랐다.
대략적인 통계는 이렇지만 공시지가보다 실제 거래가격 상승 폭은 더 크다. 제주 대표 관광지나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은 토지 매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제주 대표 관광지인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일대 상업 지역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땅값이 3.3㎡당 300만원가량이었는데, 지금은 비인기 지역도 3.3㎡당 500만원은 기본이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대지 80평, 건물 24평의 농가주택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려는 투자자가 최근 5억원 넘는 값을 치르고 사들였다.
제주에서 부동산개발회사를 운영하는 차경아 초아디앤씨 이사는 “제주 부동산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지난해 한 해 동안 1만명 넘는 인구가 제주로 이주해올 정도로 ‘제주이민’이 열풍인 데다 2010년부터 정부의 투자이민 정책에 따른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 열풍에 제주 아파트 가격도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21일 기준 제주도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3.3㎡당 627만원. 지난해 말(597만원) 대비 5%, 2010년(466만원) 이후 5년 만에 시세가 34.5%나 뛰었다. 제주도청과 가까운 제주시 노형동의 경우 2000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대다수인데도 3.3㎡당 평균 아파트값이 921만원이다. 이 역시 지난해 말보다 10.3% 상승한 수치다.
연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노형동, 연동 등 제주시를 중심으로 한 일부 단지는 가격 상승세가 훨씬 가파르다. 분양한 지 몇 년 안 된 브랜드 아파트는 3.3㎡당 1500만원대에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고 분양가보다 2~3배 이상 뛴 단지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라산 남쪽 서귀포시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귀포시 서호동 ‘혁신도시LH1단지’ 전용 84㎡ 매매가는 지난 8월 3억5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13년 분양 당시만 해도 2억2000만원에 팔린 아파트다. 임대료 시세도 크게 올랐다. 혁신도시와 가까운 법환동에서는 20평대 노후빌라를 임차하는 데도 750만원을 1년 ‘깔세’로 내야 한다. 1~2년 전 600만원에서 150만원이나 올랐다.
아파트가 들썩이자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도 등장했다. 현재 제주에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제주시 도남동 ‘도남주공’, 노형동 ‘노형연립’, 이도2동 ‘이도주공1~3단지’ 등 5~8곳이다. 일부 단지들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지난 9월 말엔 이도주공1단지 전용 40㎡가 3.3㎡당 2000만원이 넘는 2억4500만원에 실거래되며 도민들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주 부동산 투자 어떻게?
▶택지·혁신도시 인근 미개발지 주목
제주 부동산은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까. 제주 이주를 결심했거나 제주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이라면 권역별 특성을 이해하고 거주 목적에 따라 투자 지역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제주국제공항 이용이 잦다면 제주시가지 인근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제주시는 제주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제주도청 서쪽 연동·노형동 일대를 ‘신제주’, 동쪽 제주시청 인근 중앙로 일대를 ‘구제주’ 지역이라 부른다.
신제주는 4~5년 전부터 바오젠거리를 비롯한 상권, 호텔이 들어서며 새로운 부촌으로 떠올랐다. 고급 아파트값은 3.3㎡당 1000만원을 호가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이 매년 갑절로 뛰는 지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상가주택을 지어 1~2층은 상가 임대수익을 올리고, 3층 이상은 외지인 대상으로 주택 임대소득을 거두는 투자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상승세 못지않게 빌딩·상가 매매가격도 시세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있는 점은 개인 투자자에겐 부담이다.
구제주도 위세는 예전만 못하지만 최근 이도택지지구, 아라택지지구,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등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인근 토지, 건물을 눈여겨볼 만하다.
제주로 귀농해 농사를 짓고 살 계획이라 해도 지역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 지역마다 재배 작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가운 북서풍을 바로 맞는 제주시 서쪽 지역에 양배추, 양파, 브로콜리 등 월동채소가 많다면 귤 재배는 기온이 따뜻한 남쪽 서귀포가 제격이다. 서귀포 서쪽인 모슬포항 일대에 농사 지을 땅이 많은 편이다. 땅만 잘 찾으면 3.3㎡당 수십만원대에도 농지를 사들일 수 있다. 단, 제주 내 농지는 용도 변경을 제한하는 ‘농지 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용도 변경이 쉽지 않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성산포 일대 등 제주도 동쪽 지역에서도 당근, 감자, 무 같은 뿌리채소를 기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모래 해변이 많은 제주도 동쪽엔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 커피숍,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들어서는 추세다. 제주시 함덕서우봉해변, 김녕해수욕장, 월정리해변, 섭지코지, 우도를 비롯해 제주당처물동굴, 성산일출봉 등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관광지가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은 관광지와 가까운 곳에 식당이나 커피전문점용 상업시설을 만들어 임대하거나, 농가주택을 사들여 게스트하우스, 펜션으로 리모델링하는 사례가 많다.
다시 서귀포시로 내려가보자. 서귀포시는 서호동과 법환동 일대에 서귀포혁신도시 건설이 한창이다. 이곳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포함해 9개 공공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라 인근 땅값이 가파르게 오른 지역으로 꼽힌다. 차경아 이사는 “서귀포 혁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끝나고 상권이 형성되면 원룸이나 빌라 단지가 들어설 수 있어 투자가치가 높다. 11월 중 발표 예정인 제주 신공항 부지 등 굵직한 개발 소식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