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토지시장은 지표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토지 거래량과 땅값 변동률 모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주택 분양시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토지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토지시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와 가격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을 달군 규제완화 효과라는 불씨가 언제든지 토지시장으로 옮아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토지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제 땅 투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럴 때 땅에 잘못 투자했다가는 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유망지로는 도시지역 자투리 땅이나 노후 주택가,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 등이 꼽힌다.
▲ 땅값이 장기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투자 수요 중심으로 움직이던 토지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횡성의 한 전원주택단지 개발현장.
장기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 토지시장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땅값은 2008년부터 연평균 0.81%의 안정적인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전 7년 동안 평균 상승률(5.13%)의 6분의 1 수준이다.
물론 땅값이 월간 통계 상으로는 꾸준한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땅값은 지난 6월 0.21% 포인트 올라 2010년 11월 이후 56개월 연속 상승행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땅값이 장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누적 상승률이 결국 물가 상승률 이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땅값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토지시장의 투자 패러다임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가 가수요(투자수요)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투자 목적으로 땅을 사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땅값이 안정된 요즘엔 귀농이나 전원주택 건축 등 실제 사용할 목적이 아니면 땅을 잘 사지 않는다.
토지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이 같은 실수요 중심의 시장 재편이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래 OK시골 대표는 "추석 이후 특히 귀농·귀촌용 토지 수요가 늘 것 같다"고 말했다.
땅값 장기 안정화로 토지 투자 패턴 역시 `시세차익`형에서 `임대수익`형으로 급격히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토지 임대사업은 시장 침체로 팔리지 않는 땅을 놀리기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임대를 놓아 매달 고정 수입을 챙기는 것이다. 이때 땅 소유권은 토지주가 갖는 대신 임차인은 사용권만 갖는다. 토지 임대 용도는 캠핑장, 셀프 스토리지(임시 물품 보관 창고) 등으로 다양하다. 임대료는 지목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3300㎡당 연간 100만∼200만원 선이다.
비도시 지역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도시지역 땅이 뜨는 `도고농저`(都高農低) 현상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도시지역 땅의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정부의 사회간접시설(SOC) 예산 축소로 신도시ㆍ고속도로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줄어들면서 비도시지역 땅값 상승률이 앞으로 일반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배경에 두고 나온다.
반면 도시지역 땅은 최근 빌라·오피스텔 등의 건축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땅값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2008년 이후 장기 안정단계로 접어든 땅값
도시 외곽 노후 주택가 토지 노릴 만
눈 여겨 볼 만한 땅으로는 우선 도시지역 자투리 땅을 꼽을 수 있겠다. 자투리 땅은 대개 도로를 내거나 건물을 짓다 남은 땅이다. 이런 땅은 이미 도시계획이 수립돼 있어 투자 전에 건축 규모 등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형 주택 임대수요가 많은 대학가·공단 주변 자투리 땅에 원룸 등을 지으면 안정적인 월세 수입이 가능하다. 상업지 역세권 자투리 땅은 미니 오피스텔 수요가 많다.
도시 주변 변두리 노후 주택가 땅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빌라 등 소형 주택 건축 붐이 일고 있어서다. 건축 연면적의 40% 이내에서 상가를 들일 수 있는 점표 겸용 단독주택용지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직접 살면서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3∼4명이 공동으로 매입해 분할 가능한 강·호수·바다 주변의 1만㎡ 안팎의 땅도 유망하다. 덩치 큰 땅을 330∼660㎡ 단위로 분할하면 당장 가격이 10∼20% 정도 뛴다.
수도권 농가주택 등도 귀농·귀촌 수요가 늘면서 각광받고 있다.
토지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땅 투자를 원한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요즘과 같은 시장 안정기에는 공격적인 투자는 자제하고 안전성 위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물론 땅 투자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박철민 대정하우징 대표는 "땅은 규제가 여전한데다 땅값도 장기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대박을 노린 단기 투자는 불가능해졌다"며 "그러나 장기 투자라는 기본 원칙을 전제할 경우 땅은 아직도 안정적인 부동산 상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