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반곡'은 평균 19.87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보통 강원 내 다른 단지가 평균 3~4 대 1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었다. 결국 이 단지는 계약 나흘 만에 완판됐다. 분양 업체 관계자는 "서울까지 1시간이면 닿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지난 달 개통하면서 지역 부동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고 전했다.
최근 3달 사이 수도권에서 다른 광역권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광역교통망이 잇따라 개통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교통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투자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요소. 교통망이 새로 뚫리는 지역엔 인구가 유입되고 부동산 공급과 거래가 활성화한다.
◇하반기 개통 4대 광역교통망
올 하반기 개통한 광역교통망은 크게 4곳이다. 지난달 11일 경기 광주 초월읍에서 강원 원주 가현동을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했고, 지난달 24일 동해고속도로 양양~속초 구간이 개통하면서 강원도 삼척~속초를 잇는 고속도로가 뚫렸다. 지난 9월에는 경기 성남 판교에서 광주·이천을 거쳐 여주까지 가는 경강선 복선전철이 개통했고, 이달 9일에는 서울 수서역~경기 동탄~평택 지제역을 잇는 수서고속철도(SRT)가 정식 개통했다.
광역 교통망이 잇따라 개통하면서 지역 간 이동 거리는 단축됐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울 상일IC(나들목)에서 강원도 원주까지는 거리가 종전 101㎞에서 86㎞로 줄고, 이동 시간도 77분에서 54분으로 개선됐다. 동해고속도로 개통으로 강원도 삼척~속초가 연결되면서 두 지역 간 이동 시간도 기존 123분에서 73분으로 50분 단축됐다.
SRT가 개통하면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는 9분, 평택에서는 19분 만에 서울 수서역에 닿을 수 있다.
◇광역교통망이 부동산 열기 이끌어
새롭게 교통망이 뚫린 지역에선 이미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분양 물량도 쏟아졌다. 지난 8월과 10월에는 서울 접근성이 개선된 원주기업도시에 나온 단독주택 용지가 각각 3023 대 1과 3039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고, 지난 11월 중순 강원도 동해시에 분양한 '동해 아이파크'는 청약에서 평균 1.54 대 1의 다소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계약률이 80%를 넘어섰다. SRT가 들어선 경기 동탄2신도시도 11·3 대책 규제 지역에 포함되면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분양하는 단지마다 평균 수십대 1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광역교통망이 개선된 주요 지역은 기존 아파트값 상승률도 높은 편이다. 최근 2년간 경기 광주와 강원 원주, 강릉 아파트 값 상승률은 각각 6.7~8.1%로 같은 기간 전국 평균(6.5%)보다 높다. SRT가 들어서는 동탄역과 인접한 '동탄우남퍼스트빌' 전용면적 84㎡형은 올해 8월 1년 전보다 1억원 오른 5억8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대형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며 수혜 지역 부동산 가격이 한 차례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존에 없던 교통망이 확충되면 수혜 지역 부동산 가격은 계획 발표~준공~개통 단계를 거칠 때마다 각각 상승한다는 법칙이 있다"며 "이미 선반영됐다고 해도 실제 개통으로 실익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 10% 정도 추가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통망이 뚫렸다고 무조건 투자에 나서는 건 피해야 한다. 교통 호재를 노린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 후유증을 겪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교통망 개선 호재가 시장에 어느 정도 선반영됐는지, 지역별 미분양은 얼마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