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전환 가속도·입주물량 감소세.. 서울 전세가율 80% 아파트 속출
전세난이 구조적 문제로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면서 일부 단지는 전세가격 비율(이하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는 등 비수기에도 전셋값 고공비행하는 이상현상에 대해 이 같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그동안 제기된 △집주인들의 빠른 월세전환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집값하락 리스크회피 심리 외에도 △월세형 수익상품 공급집중에 따른 수급 엇박자 △대출 없는 전세(클린전세)감소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대출여력 위축(렌트푸어 증가) 등이 더해져 구조적으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셋값만 뜀박질하는 전세버블국면에서 집값이 추가하락할 경우 세입자와 집주인의 동반부실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전세가율 80% 속출
9일 주택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80%를 넘어서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광주 등 지방 일부지역에서는 전세가율이 90%를 웃도는 곳도 나오고 있지만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에서는 흔치 않았다.
서대문구 냉천동 동부센트레빌1차 전용면적 59㎡의 전세가격은 현재 2억4000만원 내외로 매매가격 2억9500만원의 81%에 이른다. 올해 초 매매가는 3억1000만원, 전세금은 2억1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67%였다.
반년 만에 매매가는 1500만원 떨어진 반면 전세금이 3000만원 뛰어오르면서 집값에서 차지하는 전세금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서초구 서초동 더샆서초 33㎡, 성북구 하월곡동 동신 59㎡, 마포구 노고산동 신촌포스빌 32㎡, 구로구 구로동 두산위브 36㎡, 영등포구 당산동2가 대우 31㎡, 강서구 등촌동 라인 59㎡ 등도 연초 대비 집값이 빠지고 전세가격은 올라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섰다.
전세금이 집값에 육박하고 있지만 매매수요는 없고 부족한 전세매물 탓에 전셋값만 오르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5일 현재 전월 대비 0.05% 상승해 지난해 7월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기간 전셋값 상승률은 5.3%로 수도권 5.1%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반면 매매가격은 4.4% 하락하면서 지난해 7월 49.5%에 머물던 전세가율이 54.7%로 높아졌다.
■중산층 이상에 자가지원 필요
전셋값이 2년 연속 비수기에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자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문제가 연결고리를 형성해 전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이후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공급이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 원룸형인 데다 전세보다는 월세형 수익상품이 대부분이고 정부가 추진하는 행복주택 역시 월세 상품"이라며 "전세 수요는 넘치고 물량은 부족한데 민간과 공공분야에서 월세상품만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물량은 다가구, 다세대보다 아파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하반기에 입주물량마저 감소해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집주인들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전세를 빠르게 월세로 전환하면서 세입자들이 원하는 투룸 이상의 전세물량은 찾기 힘들어지는 수급엇박자가 심화되는 등 전세난이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구조적 문제로 빠져든 전세난 완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거시경기 회복으로 시장이 정상화되는 게 필요하겠지만 중산층 이상에게는 세제혜택 등 자가보유 지원책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에게는 주거안정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계층별 차별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