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때문에 난리다. 고공행진하는 전셋값 상승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8월 셋째 주 기준 서울·수도권 전셋값은 51주 연속 올랐다. 지난달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3.3㎡당 900만원을 찍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다음달에 또다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 같다.
당장 다가오는 올가을 이사철이 더 걱정이다. 지금도 많지 않은 전세 물량이 가을철에 쏟아져 나온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 감소와 매매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올 가을 전세난이 더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전망 자체는 대단히 암울한데 정작 이를 막기 위한 정부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 데 있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저리 전세대출 문턱은 상당히 낮아졌고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역시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세대출을 확대해 서민들의 전셋값 마련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그런데 시장 상황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전세 공급은 정해져 있는데 대출 문턱만 낮아지다 보니 전셋값만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집주인이 선호하는 월세 전환을 막기 위해 세입자들이 저리로 대출을 받아 전셋값을 올려주고 전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서민들이 많이 찾는 빌라·단독주택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의 전세의 매매 전환을 통한 수요 분산 해법도 시장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취득세 영구 인하 감면 등 매매 활성화 조치가 부처 간 이견으로 시행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요자가 당장 집을 살 이유가 없어서다. 저리 대출을 받아 전세에 머무르는 게 수요자 처지에서는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비수기로 통하는 여름철에 전세난이 더 기승을 부렸다. 정부 정책이 전혀 통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목돈 안 드는 전세 등 용어만 새로울 뿐이지 현 정부가 내놓은 전세 정책은 이전 정부와 전혀 차이가 없다. 정부의 대응이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불 보듯 뻔한 가을 전세난, 정부의 사고 전환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