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래픽=강기영 |
부동산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6월 말 취득세 한시감면 조치가 종료된 후 거래절벽이 현실화되고 건설·부동산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지만 정작 이를 타개할 만한 뾰족한 방안이 없다. 그나마 부동산 활성화 관련법안들이 추진중이지만 국회에서 장기 표류되고 있어 당장 효과를 발휘하지도 못하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거래량은 3만9608건으로,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전면 도입된 2006년 이후 7월 거래량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취득세 한시감면 종료 직전인 6월(12만9907건)과 비교해 69.5%나 급감한 것으로 '거래절벽' 현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거래절벽은 집값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전국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은 한주 전보다 0.04% 떨어지며 5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전셋값은 0.12% 오르며 무려 50주째 상승세를 보였다. 1년 가까이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거래 부진→가격 하락→매수심리 실종'의 악순환은 '전세선호 현상 강화→전셋값 급등→재계약 증가→반전세 급증→물건 부족'이라는 또다른 악순환의 고리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최근 전셋값 급등의 근본원인은 주택거래 부진에 있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내집마련을 유보한 세입자는 전세시장에, 매도를 포기한 집주인은 월세시장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주택거래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부동산중개업계를 비롯해 이삿짐센터와 소규모 도배업체, 청소업체 등이 직접 피해 대상들이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중개업자의 1인당 평균 주택 매매건수는 3.56건에 그쳤다. 두 달에 한 건 정도 중개하는 것으로,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이해광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거래절벽으로 부동산중개사무소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인테리어·이사업종 등 연관산업의 불황도 장기화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도 심각하다. 공공발주 물량 급감으로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지만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민간부문 공급물량 조절 방침까지 발표하면서 극한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 중견 건설기업 관계자는 "부동산은 심리가 중요한데 정부가 대책을 내놓더라도 국회가 김을 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시장 살리겠다고 민간공급까지 줄이라는 판국에 부동산시장 활성화 법안처리까지 지연되면 건설기업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주택거래 활성화 등 시장 정상화를 명목으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부동산 관련법안은 32건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국정원 국정조사 등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법안처리가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 내부의 문제도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등이 합동으로 발표한 취득세 영구 인하의 경우 소급적용 여부와 지방세수 보존 문제 등이 부처간 이견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는 "충분한 검토없이 즉흥적으로 대책을 내놓은 정부도 문제지만 정치권도 정쟁에 치우쳐 민생을 돌아보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여야나 정부부처간 협의를 통해 부동산 활성화 관련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