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용산역세권 해제 7개월 '서부이촌동'가보니]신규상가 늘어…누군가 쫓겨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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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국제업무지구 지정 해제 이후 약 두달이 지난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일대 전경 |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지정 해제된 지 7개월. 지난 9일 찾은 서부이촌동에는 폐업한 상가만큼이나 새로 입점한 상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일대 상권이 죽으면서 권리금 없이도 바로 입점할 수 있는 상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부이촌동 일대는 지난해 10월10일 국제업무지구가 해제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임대료를 못내 쫓겨난 점포 세입자도 수두룩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이들 중 집도 없이 상가 한편에 잠잘 곳만 겨우 만들어 생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로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이들은 갈 곳 없는 이들의 짐을 맡아주기 위해 가게 한쪽을 내주기도 했다.
◇보상해준다더니…지난 7년간 얻은 것은 '가정파탄과 병'지난해 10월 이촌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현장시장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전기세를 못내 초를 켜고 산다"고 소리친 노래방 주인 신모씨. 그의 사정은 당시보다 더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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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이촌동 내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신모씨는 최근 집에서 나오게 돼 살림살이들을 가게로 옮겼다. |
노랫소리와 조명으로 가득 차야 할 노래방에는 풀지 못한 짐이 가득 차 있었다. 초를 켜고 살던 집마저 나오게 되자 살림살이들을 가게에 가져다놓은 것이다.
그는 "한번은 쥐 한마리가 내 옷 위에 피를 흘리고 죽어 있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며 "내 인생이 왜 이런가 싶어 한참을 울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 옷을 보여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드니 딸과도 헤어져 지낸다"고 했다. 보상해준다던 서울시 얘기만 믿은 그는 보상 대신 숨도 잘 못쉬는 병을 얻었다.
다른 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센터를 운영하는 김씨는 "3년간 가게세도 못내고 지금은 보증금을 다 까먹은 상태"라며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혼하고 개인파산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씨도 현재 가게 한 쪽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그는 "요즘엔 왜 사람들이 분신자살을 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지 알 것 같다"며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때 종업원을 7명까지 두고 하루 300만원의 수입을 올린 세탁소 김모씨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부푼 꿈을 안고 대출을 받아 장만한 141㎡ 크기의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갔다.
지금은 세탁소 지하방에 칸막이를 설치해 부인과 대학생 아들, 딸 이렇게 네 식구가 지낸다. 좁은 방이어서 한 사람이 누우면 움직일 공간이 없어 지그재그 모양으로 잠을 잔다.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 감기가 떨어질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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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이촌동 내 세탁소. 대출로 마련한 집이 넘어간 후 갈 곳이 없어 가게 지하에 살림을 꾸렸다. /사진=진경진 기자 |
하지만 이마저도 쫓겨날 상황에 놓였다. 2012년부터 지난달까지 2057만원어치의 가게세를 내지 못해 가게주인에게 고소당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마련한 '현장지원센터'에 가봤지만 신용이 좋지 않아 지원해줄 것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카센터 주인 김씨는 "상가 세입자수가 너무 적어서 그런지 우리의 목소리를 그냥 무시한다"며 "지원하겠다는 소리는 들리는데 정작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지원받을 수 없다. 지난 6년간 발이 묶여 있었는데 어떻게 신용등급이 좋을 수가 있냐"고 토로했다.
세탁소 주인 김씨는 "서울시에선 동네에 아스팔트를 깔고 가로등을 바꾸고 간판까지 바꿔주겠다고 하는데 지금 당장 가게를 비우게 생긴 판에 그런게 중요하냐"고 따져물었다. 현재 상가 세입자들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간판 바꾸기 사업 저지 모임'까지 만들어 반대에 나섰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 "포기하니 안정되더라"그나마 인근 아파트는 상가에 비해 조용한 편이다. 주민들은 "포기하니 안정되더라"라고 말했다. 아파트라고 딱히 지원이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시는 아파트 외벽에 페인트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는데 그나마도 전체 벽면이 아니고 '사업반대' 문구에만 국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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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역세권개발 '파산' 관련 서부이촌동 사진들 |
북한강아파트 주민은 "이만큼 고생시켰으면 뭐라도 고쳐주고 하면 좋은데 아무것도 안해줬다"며 "그래도 우리는 약자니까 아무말 못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국제업무지구 초기에 아파트 게시판에 대출 9억원까지 준다고 써붙여 놨었다. 그래서 실제 8억~9억원까지 대출받은 이들도 있는데 지금은 다들 껍데기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대림아파트 주민은 "거기 OO집은 5억8000만원에 아파트를 내놨는데도 팔리지 않더라"며 "서울시가 이촌2동을 버렸다. 우리에겐 고작 반대문구에 페인트칠 해주면서 길거리는 잘만 뜯어고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