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다리가 자꾸 당겨 병원에 왔는데, 의사가 ‘허리 사진을 찍자’고 한다”며 의견을 물어왔다. 다리에 쥐가 나고 당기는 현상이 허리 디스크 증상이라는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허리 디스크는 다리에 파스를 붙이고 물리치료를 받아도 그때만 잠시 괜찮아질 뿐, 금세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근본 원인인 허리 디스크를 고쳐야 다리당김 현상도 사라진다.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를 위한 여러 정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국회에 계류 중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및 분양가 상한제 폐지안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 정부는 위험 수위에 있는 가계 부채 증가를 가속화할 수 있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까지 거론할 정도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의지가 강하다.
부동산 시장의 수익성을 높여주고, 돈을 더 빌려주고, 투자 여건을 낫게 하면 전체적인 부동산 투자 심리도 회복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의 원인을 과도한 규제로 인한 부동산 투자 심리 위축으로 해석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은 이 때문이 아니다. 세계 최저수준의 저출산, 세계 최고수준의 고령화 속도와 88만원 세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로 대변되는 젊은층의 어두운 현실과 맞닿아 있다.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과 저임금에 허덕이는 젊은 층은 아이 낳기와 집사기를 거부하고 있다. OECD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에 빠진 노인층은 집 처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돈을 조금 더 빌려주고, 수익성을 조금 개선한다고 부동산 시장에 선뜻 뛰어들 수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 같은 불안심리를 없애려는 노력없인 이뤄지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부동산 규제 완화 논쟁은 효과 측면에서는 논란에 비해 소모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책을 추진하든 그렇지 않든 시장에 미칠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공공주택 확대, 획기적인 전·월세 대책, 무주택자를 위한 정책금융 확대 등 주거안정 정책이 더 절실한 보인다.
